1.시작의 잘못은 어디서부터 였을까. 날선 풍경을 바라보며 의문부호를 붙이기 시작했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한 늦은 오후였고 밤이 다가오자 서서히 어둠을 쫓아내는 영어가 적힌 간판들이 작동한다. 빛을 바라보며 하나씩 읽어보았다.

끔찍했다.

이곳은 미국이라는 것을 뽐내는 듯했다.

아니, 실제로 이곳은 미국이기도 하면서 한국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조그마한 음식점에서 밥을 먹어도 작은 술집에서 술을 마셔도 들리는 것은 영어였다.

간혹 주인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괴팍스레 소리 지르는 한국어가 가끔이었다.

남미 음식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였고, 동남아 여성이 운영하는 듯한 어느 조그마한 술집도 마찬가지였다.

늦은 저녁 컵라면을 먹기 위해 슈퍼를 방문하고 나서야 한국어를 듣게 되었다.

어색함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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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전날의 의문과 어색함을 가지고 또다시 방문했다.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모든 가게는 문을 닫았고 전날의 흔적들만 눈에 보였다.

그리고 나를 앞질러가는 군복을 입은 군인들을 보았다.

군인으로 짐작되는 사람들이 문 열려있는 양복점으로 들어갔다가 슈퍼로 향한다.

이 시간에는 양복점과 전파상 그리고 슈퍼와 부동산 같은 유흥과 관련 없는 가게만 문을 열었다.

  ‘외국인 관광특구’라는 커다란 간판이 보이는 길 위를 걷다 보면 그래피티와 몇몇 공예점이 보인다.

시에서 이미지 개선을 위하여 마련했다고 한다.

관광을 온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보았다.

신기하다며 이곳저곳을 찍다가 간판을 찍기 시작한다.

그러다 주민으로 보이는 아저씨에게 혼나고 나서야 그들은 카메라의 파인더에서 눈에서 떼어냈다.

그들을 지나쳐가다 들었지만 아저씨는 건물에는 직업여성들이 살고 있다고 그들이 당신들 신고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재미없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지나가는 와중에 내 앞을 지나가는 군복을 입은 미군의 뒷모습을 몇 컷 찍었다.

셔터 소리를 들었는지 당신 그러다가 잡혀간다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우스갯소리로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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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름                                  

 

 

 

 

                                 없는

                           

 

 

                                                                                                                                                   무덤들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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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나는 수없이 많은 쓰레기들을 밟으며 건물 안을 서성였다. 흔적을 찾아보겠다고 와봤지만 그 어떠한 것도 찾을 수 없었다.

멍하게 몇 개의 방을 눈으로 더듬었다.

바람이 불었고 이곳저곳에서 풀인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더불어 무너진 천장에 매달린 전등이 내는 기묘한 소리도.

‘몽키하우스’라는 이 공간은 불청객을 뱉어내고 싶었나 보다.

나오는 길에는 초소에서 사람들의 음성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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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뺏벌.

늦은 오후 장소에 불이 하나씩 하나씩 켜졌다. 작은 식당에서는 조그마하게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조금 더 걸으니 술집이 나왔고 공사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이 길로 들어온 지 몇 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철거 중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계속해서 길을 따라 걸었다. 동남아인들을 지나쳤고 슈퍼 앞에서 담배를 피시는 할머니를 지나쳤다.

미군으로 보이는 사람도 지나치자 막다른 길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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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육군 규정과 미2사단 규정에 의거하여 여내외에서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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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외에서 구보시 야광조끼를 착용해야한다.

 

SPEED LIMIT, 15MPH UNESS OTHERWISE POSTED.

차량속도는 25Km 미만으로 제한한다.

 

BY ORDER OF THE INSTALLATION COMMANDER.

지휘관 명에 의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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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우드의 집.

고엽제의 흔적을 찾아보려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하긴, 남의 땅에서 무엇을 찾을 수 있었을까. 이곳에서 무엇이라도 찾아보려고, 아니 뭐라도 느껴보려고 했던 나의 실수에 코와 귀 그리고 눈이 맵다.

6시. 피로감이 밀려와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고 맥주를 마셨다. 옆의 작은 펍에서는

팝송이 흘러나오고 어느덧 나는 총을 겨누듯 카메라를 펍의 문에 겨누었다.

하지만 이 행위에 한심함을 느끼고 카메라를 내려 놓는다.

곧 술에 취한듯해 보이는 두 군인이 밖으로 나왔고 나를 지나쳐서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담배를 구매하고 밖으로나와 연신 뻐끔거리다 나의 카메라를 보고 말을 거는 한 군인.

나의 짧은 영어 그리고 그의 짧은 한국어는 끊임없이 의미없는 무언가가 되어버려

공중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의 초대.

그의 초대는 놀라웠다. 아니, 어쩌면 내가 정말 초대에 응한것에 우드가 더 놀랐을 수도있다.

그의 집은 낡고 허름했다.

관리되지 않는 오래된 건물. 지저분함에 나는 구석구석 렌즈를 들이댔다.

그리고 그는 내게 곧 평택으로 가기에 관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맞다 그들은 머무는 곳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마치 고엽제를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고엽제가 묻혀있다고 추정되는 곳 옆에는 낙동강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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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거문돌 가는 길.

 

“맞아. 저 위야”

“저 위가맞아요?”

“저 위로 올라가서 계속 쭉 가다보면, 기지의 담벼락이 나와 거기서 더 올라가면 돼”

친절한 설명에도 때로는 찾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계곡에서 한 여성이 미군에게 살해를 당했다.

당시 그 미군은 교묘하게 커다란 돌로 숨겨놓았다고한다.

자신의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는데, 그 친구의 신고로 이 사건이 밝혀졌다고한다.

마을 주민들은 미군들이 시신을 은폐할까봐 밤낮 교대로 시신 옆을 지켰다.

 

장소를 자세히 살피면 무엇이라도 찾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볼수록

계곡을 이루는 나무와 돌 그리고 물만 자세히 보였다.

계곡의 끝자락에는 맑은 물만 흘렀다.

평화는 어디로 흐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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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동두천에서 버스를 타고 턱거리 마을로 향했다. 과거 이 장소는 달러를 크게 벌었던 마을이었다.

그러나 많은 미군이 펑택으로 이동했으며, 마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주저앉았다.


미군을 상대로 운영을 해오던 바(BAR)는 마을의 역사를 전시해놓은 ‘턱거리마을 박물관’으로 만들어졌다.

길을 따라서 빈 가게들 그리고 빈 집들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몇몇 커다란 CLUB들도 보였다.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낯설었다.

 계속 길을 걸었고 과거 미군 아파트로 사용되던 건물에 도착했다.

폐허가 되어버린 건물을 보고 있자니 미군이 떠나간 곳은 기반이 흔들린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의 이태원도 휘청거리고 있다. 

 더 움직였다.

잘 알려지지 않은 길을 걸었다.

이 길 중간에 ‘박순자’님의 묘가 있다.

 

준비해온 술 한 잔을 뿌리고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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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쉼 없이 울려 퍼지는 포탄 소리에 괴로움을 호소하던 마을이 있었다.

1천 352만 제곱미터의 사격 훈련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탄 소리 때문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이 훈련장 옆에서 녹음을 진행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갔다.

하지만 사격훈련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평화롭다고 느낄 정도로 조용했다.

녹음을 하지 못했다.

나는 아쉽기도 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연간 300일을 훈련한다고 하던데 오늘 밤은 주민들이 편히 잠을 잘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소리를 견디지 못하고 떠난 주민들의 집.

그리고 미군들을 상대로 운영을 해왔지만 그들이 이동하자 흔들리는 상황을 견디지 못해 폐업을 한 가게들을 보았다.

 

안보로 희생된 경기 북부 지역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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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군산 아메리칸 타운.

걸어왔던 길을 돌아보니 캄캄한 어둠 속에서 간판이 켜져 있는 장면들은 극장의 조명 같았다.

나는 관련된 이름 없는 풍경들과 오브제들을 카메라에 마구마구 욱여넣었다.

​욱여 넣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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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미 많은 작가들이 현장을 기록했고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장소로 온 이유는 뭘까.

오랜 시간 흔적을 쫓아서 걷다 보니 도달한 장소가 이곳이라고 쉽게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 말 이외에 거창한 말을 붙이는 것을 희망하지는 않는다.

이 나라의 서부전선 현장을 바라보고 있으니, 머리가 무거워졌다.

​항해를 결심했으나 결국 표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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