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장면_집 없는 아이_친구 집 pt1


아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기타를 메고 있다.

 

친구 : 어디 갔다왔냐?

아이 : 산.

 

친구 : 산? (약간의 사이) 기타는 왜 들고 갔냐?

 

아이가 냉장고에서 맥주를 하나 꺼내 벌컥벌컥 마신다.

아이가 기타를 만지기 시작한다.

 

친구 : 시끄러워. 안 아파? 손가락?

 

아이는 기타를 계속 치고 있다.

 

친구 : 집 알아 보러 간다는 놈이 기타 들고 등산 갔다고?

 

아이는 친구의 말을 신경 쓰지 않는다.

 

친구:  잠깐만. 잠깐만.

  

아이가 갑자기 멈춘다.

 

아이 : 야. 내가 등산 하는데, 노래가 하나 딱 떠오르는 거야. 이게 뭐냐면, 정상을 향해 막 올라가는데, 다리는 엄청 아프지, 힘들지,

끝은 안보이지, 목은 마르지, 물은 없지, 올라는 가야겠지. 내가 어떡해야 겠어. 그래도 계속 가야지. 꾸역꾸역 아파도 힘들어도 참고 올라가야지. 그렇게 올라가다보면 정상은 나오겠지. 그치? 정상 딱 밟아봐야 밑으로도 내려 갈 수 있는 거고. 그런 게 인생 아니겠냐.

그래가지고 내가 딱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는데, 떠오른 노래가 있다 이거지.

 

친구 : 잠깐만. 잠깐만!

 

(사이)

 

아이 : 너가 말 시켜 가지고 까먹었잖아.

 

친구 : 입 좀 닫으라고.

 

아이 : 왜.

 

친구 : 지금 음악이 중요한 게 아니야. 뭔가 너의 의식주가 해결이 되고, 니가 기타를 치는 거지. 집에 오면 기타만 치고, 집 보러 간다는 놈이

등산이나 가고. 미쳤냐? 지금 니 상황에선 아무 도움이 안된다고. 그리고 신신당부 하는데, 이 오평 남짓한 미니멀한 공간, 원룸에서 기타를

치는 건 절대 안돼. 

 

아이 : 왜.

 

친구 : 왜냐. 주변을 봐봐. 여기가 사람이 아주 많이 살아. 그래서 여기서는 니가 원하는 꿈, 뮤직은 좀 힘들겠다.

 

아이가 살며시 기타 내려 놓는다.

 

아이 : 알았어.

 

친구 : 뭐지? 이 반응은?

 

아이 : 니 말대로 사람 많고, 집 많드라. 야. 나 여기서 너랑 같이 살면 안되냐?

 

친구 : (약간의 사이) 안되지.

 

아이 : 괜찮나 보네? 고마워 친구야.

 

친구 : 나 혼자 살고 싶어.

 

아이 : 난 너랑 살고 싶어.

 

친구 : 나도 연애를 해야되고, 너처럼 상거지 스타일 보다는 예쁜 여자친구가 있으면 좋겠어.

 

아이 : 나는 어떻게 안되겠냐?

 

친구가 맥주를 벌컥벌컥 마신다.

 

아이 : 너랑 안 살아. 싫어 나도. 

 

친구:  고마워.

 

(사이)

 

아이 : 야. 이 집 어떻게 구했냐.

 

친구 : 발품 팔았지.

 

아이 : 얼마.

 

친구 : 1000에 60.

 

아이 : 어? 오평 남짓한 이 미니멀한 공간이 1000에 60? 월세 어떻게 내냐.

 

친구 : 니가 이제 반 줘야지.

 

아이 : 응? 뭐라고?

 

아이 : 장난이지?

 

친구 : 장난 같냐?

 

아이 : 장난이 좀 심한데?

 

친구 :  (웃으며) 내가 너한테 뭘 받냐.

 

친구와 아이는 짠하고 맥주를 마신다.

 

친구 : 그러게 더 있어도 되는데, 왜 구지 나가겠다고 집주인한테 말을 하냐.

 

아이 : 빨리 구해질 줄 알았지.

 

친구 : 으이그 인간아. 더 돌아다녀. 발품 팔면 결국 다 나와.

 

아이 : 그래서 계속 돌아다니고 있잖아. 근데 잘 안 되네. 처음에 반지하는 어떻게 구했나 몰라.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부동산 명함만 해도

수십개다. LH 되는 집이 이렇게 없나. 없을 수가 있나. 부동산만 가면, 없어요. 네 알겠습니다. 그러고 명함 들고 나오고. 아니 진짜 없는 건가?

 

친구가 말 없이 맥주를 따라준다.

아이가 마신다. 원샷.

 

아이 : 너무 바보 같냐?

 

친구 : 조금..? 근데 니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아이 :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괜히 집 빼겠다고 말 한 것 같기도 하고. 나 진짜 반지하만 탈출해보자 그냥 이거였거든?

뭐 없겠어? 있겠지! 찾아보면 되지! 없어. 없어. 진짜 없어. 이렇게나 없어? 할 정도로 없어. 내가 너희 집에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

얼른 구해서 나가야지.

 

친구 : 그건 그렇지.

 

아이 : 너 오늘 되게 꼴 뵈기 싫다. 나갈거야 나도.

 

친구 : 아니야. 집 구할 때까지 편하게 있어. 기타만 치지 말고. 시끄러우니까.

 

아이가 기타를 든다.

 

친구 : 치지말라고. 사람들 놀란다고. 여기 원룸이라고. 사람 많다고. 

 

아이는 친구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친구 : 야임마. 니가 원하는 꿈. 뮤직. 여기서는 안된다고 이 친구야.

 

아이 : 알았어. 안 쳐.

 

계속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