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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장마_Rainy Day
시간과 계절에 나를 맡긴 채 무엇도 먹지 않고 누구와도 교감하지 않으며 모든 걸 단절한 채 숨을 죽이며 낯선 공간의 한구석에서 미세한 틈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과 조잡하게 떠다니는 먼지의 움직임만을 주시하며 앉아 있는 것 자체를 즐기는 남루한 마음 / 아, 하늘에서 거대한 눈동자가 내려왔어 / 말이 없었어 / 미묘하게 움직이는 순백의 털도 낡았네, 약간 더럽혀졌으니 무게가 더해졌네 / 땀이난다 / 투명한 물 마냥 맑은 땀 그리고 야릇한 냄새 / 아, 정다워라 / 야릇한 냄새와 닮은 것들을 찾고있어. 복숭아 씨 냄새를 킁킁거렸고 녹색잎과 갈색잎의 식물을 찾았지 / 달보드레한 향 / 이윽고 내게 다가온 비루한 토악질 / 비린내가 익숙한 수캐는 어쩔 작정으로 저렇게 회색이냐 / 수캐는 나의 수치심을 갉아먹어 / 날개가 하나뿐인 새가 보였어 / 자신의 반쪽짜리 인생이 싫었던 새였던 거야 / 결국 제자리를 빙글빙글맴도는 회색 새 / 그 새 아래에 머물렀어 / 귀가 아플 만큼 어두운 바람소리에 가슴을 죄며 그 바람에 흩날리지 않게 언어를 쌓았어 / 그 언어는 한 순간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휘청거려 / 날려간 언어를 다시 쌓는다. 그 언어는 다시 바람에 무너진다 / 그 언어를 주워 모은 나는 가늘고 길게 찢는다 / 가늘게 찢은 만큼 몸 안의 수분을 눈으로 가늘고 길게 뽑았지 / 그리고는 하늘을 바라본다 / 높고 푸르네 / 언어가 흩어진다 / 나 이런 공상에 빠져서 웃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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