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장면_털 찾는 여자_베란다_pt2

식물 : 잘 다녀왔니..

 

여자 : (헤어진 남자 다시 만난 듯) 안녕. 

 

식물 : 안녕.

 

여자 : 안녕. 

 

여자/식물  : ..

 

여자:  할 말 있는 것 같은데, 먼저 말해.

 

식물:  ..

 

여자 : 먼저 말해.

 

식물 : 매번 그런식으로 할거니?

 

여자 : (사이)

식물 : 말라 죽을 뻔 했어. 옆집 할머니 아니었으면. 

 

여자 : 아니 바쁘기도 했고, 너무 어렵더라고..

 

식물 : 나 말라 죽을 뻔 했어. 솔직히 까놓고 얘기 해봐, 그냥 가지고 싶었던 거지? 

 

여자 : 그건 아니고..

 

식물 : 예쁘고 아름다우니까. 너 그냥 가지고 싶었던 거야.

 

여자 : 아니야!

 

식물 : 예전에도 그랬어? 코틸레돈이나, 틸란드시아나, 에오니움.

걔네들도 이런 식으로 대했어?

 

여자 : 왜 지난 얘기를 해? 

 

식물 : 너 참 딱하다.

네가 날 돌보지 못했을 때, 옆집 할머니가 와서 나 데려가도 되냐고

물으셨을 때, 나 좀 고민했다?

얼마나 기뻤는 지 아니?

제발 좀 데려가 주세요.

제발 데려가 주세요.

계속 쳐박혀 가지고..

나 말라 죽을 뻔… 

 

여자 : 미안해.

 

식물 : 이렇게 할거면, 그냥 하지마. 다 때려쳐.

 

 

 

 

 

 

 

 

여자 : (사이)

 

식물 : 너 모르지.

네가 현관문 닫고 나가면, 그때부터 어두워.

넌 나가서 못본 척, 없는 척, 잊은 척 하다가.. 그렇게 있었다가

“아! 맞다. 집에 식물이 있었지.”

이러면서 넌 집에 와서 확인해봐.

그리고 말라 죽어 있으면 키우기 어렵다고 적당한 핑계 찾아서  그냥 방치하고.

그냥 쳐박아놓고.

그냥 못본척.

보기 싫은 거지.

거기서 살아남은 애들은 살아남아 줘서 고맙다고.

여자 : (사이) 나가줘.

 

식물 : 난 따뜻함을 원해. 썬샤인. 그리고 적당한 수분. 그거 말고 없어. 

 

여자 : 그래. 맞아.

 

식물 : 날 돌봐. 돌보라고. 그러면 돼.

 

식물이 여자에게 다가간다.

 

여자 : 아..!

 

식물 : 난 강인해서 살아남았지만, 그건 니가 한 일이 아니야.

내가 한 일이지.

있는 힘을 다해 뿌리 내려서, 건조한 실내공기에서 수분을 쭉쭉 빨아 들이면서, 난 얼마나 살 수 있을까.

그런 생각해.

널 기다리면서.

 

여자 : 내가 잘못했어!

 

식물 : 잘못했다고? 돌봐주지 않을거면 그냥 버려. 버리라고. 나 너 꿈 속까지가서 괴롭힐거야. 

 

여자 : 아 제발!

 

식물:  니 머릿속에 뿌리 내릴거야!

 

여자 : 제발!

 

식물 : 아 목 말라. 목 말라!!